아웃도어 시장의 치킨게임

 

산행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집에 멋진(=그냥 좀 화려하고 비싼) 아웃도어 두어벌은 있으실 겁니다.

단풍철의 우리나라 산은 단풍보다 더 화려한 아웃도어의 화려함에 물든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닐 겁니다.

 

 

1997년 '노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시장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왔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정말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웃도어 시장에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치킨게임]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

국제정치학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실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으로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입니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되는거죠.

 

 

 

사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13년을 절정기로 수십여개 업체가 난립해 엇비슷한 브랜드를 쏟아내면서 할인 경쟁을 불사하는 ‘치킨 게임’도 그 무렵 시작됐습니다. 

 

아웃도어업계의 재고는 작년보다 평균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등산복 이미지’가 강한 아웃도어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점차 식상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업체들의 고민거리입니다.

한때 중고생들도 줄지어 산다 해서 ‘등골 브레이커(학부모 등골 휘게 하는 옷)’로 불렸지만 최근엔 ‘신상품 반값 세일’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밀레, 컬럼비아 등은 지난 8월 다운재킷 신상품을 내놓자마자 50% 할인에 들어갔습니다.

 

아웃도어 시장의 정체는 전년대비 매출증가율을 보면 확연히 들어납니다.

 

 

<출처 : 한국경제>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의 선두주자들은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꺽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최근의 잇단 사업 철수는 경쟁력 없는 후발주자가 정리되고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등 상위권 업체들은 경영기조를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성 향상에 맞추는 한편 디자인 혁신, 해외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벌인 반도체사업의 치킨게임에서 우월한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이길 수 없었던 경쟁사들이 감산을 선언했고 그 이후 국내 업체들은 ‘승자 효과’를 누리며 점유율을 크게 높인 사례를 생각 할 필요도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의 치킨게임의 양상을 견주어본다면 현재의 아웃도어 시장도 새로운 시장 개편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이 지나치게 획일적인 고가격 정책과 기존의 밀어내기식 전략을 고수한다면 현재의 치킨게임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반도체시장과 같이 '승자 효과'를 누리는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